"언니가 아파트 물려줬는데…조카가 내놓으랍니다" [더 머니이스트-김상훈의 상속비밀노트]

입력 2023-10-05 21:00   수정 2023-10-06 10:37


A씨는 결혼한지 5년만에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었습니다. A씨는 재혼도 하지 않고 시장에서 장사를 하며 아들 B씨를 키웠습니다. A씨는 억척스럽게 돈을 모아 아파트를 한 채 장만했습니다. 아들 B씨는 장성해 결혼을 했고 분가를 했습니다.

A씨는 혼자 살기엔 적적해 여동생 C씨와 함께 살게 됐습니다. 그러다가 A씨가 뇌혈전증으로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됐습니다. C씨는 A씨에게 ‘언니가 사망한 후에도 내가 계속 같은 집에서 살 수 있도록 아파트를 자신에게 남겨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C씨는 A씨가 입원 중인 병원으로 공증인을 대동해 ‘A의 아파트를 C에게 유증한다'는 취지의 공증유언을 작성하도록 했습니다. 당시 A씨는 의식상태가 불완전해 말을 못하고 공증인의 질문에 고개만 끄덕거렸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공증인이 필기해 공증유언장을 작성했습니다.

A씨가 사망하자 C씨는 유언장을 근거로 A씨의 아파트에 대해 소유권이전등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상속세신고도 완료했습니다. 그러자 A씨의 아들 B씨가 어머니의 유언장은 무효라고 주장하며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과연 사망한 A씨의 아파트는 누구의 소유가 될 수 있을까요.

자필유언과 달리 공증유언을 한 경우에는 가정법원에 유언검인신청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다른 상속인들의 동의를 받을 필요도 없이 유언장만 가지고도 등기소에서 유증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에서 C씨도 상속인인 B씨의 동의 없이 언니의 유언장만으로 등기를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공증유언을 하려면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를 말로써 공증인에게 전달해야 합니다. 이것을 ‘유언취지의 구수’라고 합니다. 따라서 유언자가 말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공증유언을 할 수가 없습니다. 다만 공증인이 사전에 전달받은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유언의 취지를 작성한 다음 그 서면에 따라 유언자에게 질문하고 이에 대해 유언자가 한 답변을 통해 유언자의 진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답변이 실질적으로 유언의 취지를 진술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볼 수 있고,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를 정확히 이해할 의사식별능력이 있으며 유언의 내용이나 유언경위로 보아 유언 자체가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기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유언취지의 구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12. 12. 27. 선고 2011다87259 판결).

그러나 이 사건에서 A씨는 직접 유언의 취지를 진술하지 않았습니다. 유언당시 불완전한 의식상태와 언어장애로 인한 의학상 소위 가면성 정신상태하에서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고개만 끄덕인 것에 불과하여 이를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를 구술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대법원 1980. 12. 23. 선고 80므18 판결).

때문에 유증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 역시 법률상 원인이 없어 무효가 됩니다. 결국 C씨는 B씨와의 소송에서 패소해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해주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A씨의 유언에 따라 상속세신고를 하고 상속세를 납부해버린 C씨는 그 상속세를 다시 환급받을 수 있을까요? 납세의무 성립 후 일정한 후발적 사유의 발생으로 말미암아 과세표준 및 세액 산정의 기초에 변동이 생긴 경우 과세관청에 감액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가 바로 ‘경정청구제도’입니다(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이에 따르면 과세표준신고서를 법정기한까지 제출한 자의 신고에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 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가 그에 관한 소송판결에 의해 다른 것으로 확정되었을 때 경정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동조 제1호).

C씨가 상속세 과세표준 및 세액을 산정한 기초가 된 것은 A씨의 유언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소송의 판결결과 A씨의 유언은 무효가 됐습니다. 그렇다면 C씨에 대한 상속세부과처분은 그 근거를 상실하게 됐으므로 C씨는 과세관청을 상대로 상속세부과처분에 대한 경정청구를 할 수 있고, 과세관청은 C씨에게 기 납부한 상속세를 환급해줘야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상훈 법무법인 트리니티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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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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